도전기

퇴사! - 0. 왜 나왔나?

shuotudou 2022. 4. 21. 17:14

약 9개월 다닌 회사를 그만두었다.

극 극 극소수의 친구를 제외하면 아무에게도 퇴사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부모님한테도!

 

짧았지만 괜찮은 회사였다.

워라밸 엄청 좋고, 올해 연봉도 예상치 이상으로 많이! 올려줬고, 사람들도 다 좋았고, 성과금도 잘 나와서 일한 것에 대해 보상 못받는다는 느낌도 없었다.

 

 

퇴사로 이어진 가장 크리티컬한 첫번째 요인은 쳇바퀴에 올라탄 듯한 느낌에 매너리즘이 왔기 때문이었다. 

초기 몇달간은 '무슨 노력이냐.. 그냥 적당히 하면서 내 할거 하고 살자..'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멈춰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출근 퇴근 출근 퇴근.. 일의 내용도 큰 틀에서 반복.. 배움 없이 멈춰있다는 느낌이 너무 크게 들었다.

또한 시간이 지나가며 '내가 열심히 일하는 것 -> 쳇바퀴를 열심히 돌리는 것 -> 햄스터를 지켜보는 회사만 즐거움' 이라는 생각이 점점 들었다. 결과에 대해 성과급이라는 보상이 나오더라도 그런 보상은 내가 발전하고, 그것을 통해서 회사에 기여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쳇바퀴를 열심히 돌려서 나온 결과였다.

 

 

두번째로, 직무에 대한 고민이었다. 

영업기획으로 입사했고, 먼저 영업팀에서 필드 업무를 담당하며 약 반년이 넘는 기간동안 실적도 내고 일을 배워나가며 즐겁게 일하며 성실하게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불과 약 한달 전 필드에서 벗어나 영업기획으로 직무가 변경되어 커리어다운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자리로 오게되었다.

 

해당 직무는 회사의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한 방향을 세우는 중요한 직무이지만 회사를 그만 뒀을때 나 이거 할수있어요! 하는 특별한 기술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결국 같은 틀과 비슷한 방법으로 데이터와 아이디어만 달라지는 것이다. 실적 분석 열심히하고, 데이터 열심히 들여다봤자 결국 시장에서 매출이 부러지면 일한 것 말짱 꽝이다. 익숙해지면 결국 쳇바퀴이다. 이직하면 되지않냐 하지만 더 큰 기업의 영업기획팀들은 정말 괴물들이 많다. 업무강도도 높고, 평균적으로 영업기획 팀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수준도 높아서 이직 시 경쟁도 빡세고..

 

 

덧붙여서, 큰 틀에서 봤을 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선 특정 산업군을 제외하면 커지는 산업이 몇개 없다. 그 흐름 속에서 내가 어디로 이동하더라도 결국 현상 유지 또는 파이가 줄어드는 산업군일 확률이 높다. 이 뜻은 어딜가도 결국 영업/매출 환경이 좋진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파이의 크기는 그대로거나 줄고있는데 매출은 더 뽑아야하니 남들보다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해선 경쟁사보다 더 빠르게 뛰어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파이 싸움이 되다보면, 연봉 상승도 일반적인 수준이 될 확률이 높다.

 

큰 물결이 뒤쪽으로 흐르는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내 자신을 회사에 갈아넣을 가치가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점점 의욕도 떨어지고, 자꾸 잡생각이 들어 일의 능률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어떤 것을 해야할까라는 한달 간의 고민끝에 다른 분야로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로 결정하였다.

 

이 과정에서 어떤 것을 배워야할까 굉장히 고민했다. 주변 건설 관련쪽에서 종사하는 친구에게도 물어보고 요리 관련쪽에도 물어보고.. 여튼 정말 최대한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다 물어봤다. 내가 발전할 수 있고, 파이가 커지는 산업군이어야하며, 내 자신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분야가 어딜지 고민해봤다.